오늘은 종일 날이 꾸리꾸리했다. 시원한 것도 아니고 더운 것도 아닌 날씨에 기분도 꾸리해서
밥도 대충 먹고 서랍 정리를 했다. 비 한번만 더 내리면 완연한 가을이 올 듯해서 여름옷 집어 넣고
가을 옷 꺼내기 행사를 실시한 거다. 워째 늘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도 십 년 전 옷을 아직도 끼고 있는 줄 모르겠다.
오늘 과감히 여름옷들을 꽤 버렸는데.....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이짓을 한 것 같으다-_-;;
아. 그래 벌써 일년이구나, 싶다.
작년에는 결혼해서 신혼이랍시고 근 삼개월은 들뜬 기분이었던 것 같다.
한 2개월 놀다가 억지로 입사한 합정동 회사를 딱 한 달 다니고 집 근처 사당동에 있는 회사로 갈아탄 이 즈음,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개성깔 편집장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으면서도 매주 금요일마다 있는 친구들과의 수다에 빠져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게다가 남자랑 같이 사는 맛?이 이런 거구나 싶은 사뭇 신혼모드에 알콩달콩 취해 있었다.
그러다가 뜻한 바? 있어 9월 30일을 딱 채우려 마지막날 야근까지 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나와 버렸다.
다음 날, 눈을 뜨는데 내 영혼이 정말 너무 맑아진 것 같았다ㅋㅋㅋ
영혼이 맑은 날, 햇살도 어찌나 맑은지 전철 타고 가면서 책을 읽는데 내가 투명하게 느껴지는 거이 딱 쾌청인간 그 자체였다.
근데 그날 딱 하루만 그랬다. 그날 친구들하고 놀면서 맑은 내 영혼을 만끽하며 노래했건만, 딱 하루만 그랬다-_-;;
다음 날부터는 다시 탁해져서....암튼 나를 투자할 만한 다른 직장을 모색하려던 찰나..
임신 사실을 알았다. 그날이 10월 4일..오나전 무방비 상태에서 오나전 당황, 오나전 캐안습이었다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때려치는 건데, 끽 해야 하루 동안 맑은 영혼 만끽한 값을 톡톡히 치르는구나 싶었다.
암튼 친절한 담당쌤, 주수를 알려주시고 예정일 알려주시니, 대충 잉태된 날짜가 나오는데..
신랑이나 나나 각 따로 술 만땅 취해 들어왔던 9월의 어느날 밤이 생각나더라,
우쒸. 애가 취해서 나오면 어쩌지? 역시 캐안습이었다ㅠㅠ
그리고 벌써, 일년.
일년 전 9월에 그러고 놀던 내가 올 9월은 싸랑스러운 아들하고 논다.
며칠 전 백일도 잘 치렀다. 삼일칠이 산모를 위한 날이라면 백일은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올곧이 누리는 축하일이라고 한다.
백일떡 주문하려고 검색하다가 백일날 아기를 위해 차려주는 삼신상을 알게 되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삼신할머니가 백일동안 잘 보살펴 주신다고 한다. 그러다가 백일이 되면 나 갈께~하고 가는 거란다.
그래서 삼신상은 그동안 할머니 고마웠어여~하고 인사하는 데 의의가 있다나.
쌀밥. 미역국. 삼색나물. 정화수. 상도 간단했다. 많은 맘들이 삼신상을 차려주던 터라 자료도 많았다.
암튼 난 아들한테 늘 고마운 마음이었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 싶었는데 기념녀인 나한테는 삼신상이 딱이었다.
그것도 간단하니 얼마나 좋노~^^(거창하면 못함)
지나고 보니 우리나라에 있는 고전적 기념일치고 허투루 있는 게 없는 듯했다. 다 의미심장해 보였다.
생각해보니 정말 신기하다. 아이는 삼신할머니가 보내주는 거라는데, 삼신할머니가 보내준 그날, 즉 잉태된 날이
바로 백일이다. 그러니까 일년 전 9월 어느날 내 몸에 보돌이가 잉태된 그날이 바로 올해 백일인 것이었다.
백일은 아이가 잉태된 날이기도 하면서 태어나서 세상에 적응하는 제1단계의 중요한 관문을 치룬 날이다.
이때를 관장하는 어떤 신을 우리 옛조상들은 삼신할머니라고 여긴 것 같다. 나름 통계적인 결론이었을 것 같다.
삼신할머니는 아이가 생기고 백일을 치를 때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어떤 것이었을 게다. 근 일년을 관장하는.
암튼 우연히 알게된 여러가지 소소한 의식들이 맞물려 다 의미와 의의를 가지는 걸 알고 정말 신기했다.
지금 난 우리 엄마, 시어머니를 비롯 가족들과 친구들한테도 무조건 고마운 마음이고, 그 무엇에게건 고마운 마음이다.
아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아들을 볼 때마다 나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노력해야겠다고 매순간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이 더러운 성질머리에 그럴 수 있을지...^^;;;;
삼신상은 백일 날 동트기 전에 차려야 한다고 한다. 상 차리기 전에 나가보니 새벽 노을이 하늘에 번져 있었다.
동쪽에 삼신상을 차려 놓고 아이를 눕히고 상을 향해 절을 하면서 "발 크게 해주세요"라고 하는 거란다. 그래서 그대로 했다.
삼신상. 쌀밥, 미역국, 정화수 세 그릇. 삼색나물. 산적 세장이다^^ 고기미역국을 하면 산적은 패스해도 된다고. 사실 산적은
내가 좋아해서 했다. 삼신 할미 덕분에 내가 맛보려고..흠흠;; 암튼 생전처음 해본 음식이었다(파, 마늘 다지기 졸라 힘듬-_-)
보돌이도 기분이 좋은지 자던 걸 깨웠는데도 방긋방긋~
신랑은 해달라고도 안했는데 새벽에 퇴근하고 피곤할텐데도 하자는 거 다 같이 해주고 잠들었다. 아들이 마눌보다 무섭다-_-
절하고 기념녀답게 기념촬 몇 장 하고 나니 동이 트고 있었다.
백일기념으로 엄마아빠가 사준 첫 장난감 놀이매트에서 신나게 아빠랑 놀고 있는 보돌이^^;; 아침부터 힘 뺴는고나ㅋ
한숨 자고 출근한 남편은 퇴근해서 곧바로 벌초하러 형제들과 고향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래서 식구들과 일요일에 식사하기로 했으니 정작 당일에는 보돌이랑 단둘이 있게 되었다. 어쩐지 쓸쓸할 것 같아 친구들한테 놀아달라고 했는데..어쩌다 보니 보돌이보다 엄마가 즐기는 잔칫날 같았다ㅋㅋㅋ 보돌이는 매트하고만 열심히 놀았다-_-;;
놀다 뻗어버린 아들...어찌나 고마운지ㅋㅋㅋㅋ 아들아, 사랑해. 쪽쪽 백만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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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김선우 시인의 시를 읽으니 참 좋네.
이 분의 시를 읽다 보면, 단어 하나하나가 입 안에서 또르륵 굴러가는 맛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이 그것들을 체에 걸러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시인이지^^
에궁~ 눈에 다래끼가 났구나. 넘 무리하는 거 아녀.
그래. 발등이 타든 말든, 오늘 같이 꿀무리한 날은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
내일 일은 내일 일이고^^
엇. 벌써 월요일이네. 월요일되야 다소 정신이 차려지는 건 왜인지-_- 또 비에 맞아 축축한 월요일이다. 나들이는 잘 다녀왔는지 모르겠네^^
발등에 타는 불을 잊을 정도로 멍해 있다는 말에 괜히 오늘 비처럼 맘이 추적해지네.
비가 오니까 언제나 화이팅이다 ^^
연륜이라는 게 속일 순 없나보네. 내 맘이 딱 그 비처럼 멍하니 추적했었거든ㅋㅋㅋ 암튼 홧팅 고맙소^^
으하하하하하하~~~~ 이깄다! 간다~~!!!
로떼가 우승할 가능성은 0.1% 이지만
만약 그래도 KS 우승 한다면 내가 진짜로 함 쏜다
ICBM에 실어서...
음악이 너무 잔잔한 거시 참으로 좋구만.......
에잇. 확률 높은 거에 거셔야 쏜다 하실 때 귀가 솔깃이라도 하죠. 이거야 원...ㅋㅋㅋㅋ
음악은 팻 매쓰니의 곡입니다. 미국에 사시니깐 라이브공연할 때 두목님하고 데이트하러 다녀오셔 보세요. 아마 꽤 좋을 껄요^^
지금은 좀 나아졌어? 전화하면서 물어볼 걸 그랬네. 이 음악 첨 묘하네.
내 발등은 원래 타라고 있는 것처럼 늘 불에 탄다. 돈워리^^;;;
내 발등에 불도 항상 그대로...^^
이 불이 없어지면 차~암 섭할라나, 시원할라나, 난 고곳이 궁금^^;;;
언니~ 명절 잘 보냈죠?
보돌이랑 함께하는 첫 명절... 어땠나요? ^^
저는 춘천은 여차저차하여 안가고... 못간게 아니고 안간거죠 ^^;
금.토.일.월까지 푸욱~ 아주 푸욱~ 잘 쉬었습니다.
그래도 아무래도 명절엔 북적북적 고향이 좋은 거 같아요.
설날엔 꼭 부산으로 ... 못가면 춘천에라도... 다짐했네요 ^^
맞아. 조금 피곤해도 가족끼리 북적거리며 지내야 명절 맛이 나지. 이런 날도 없으면 가족끼리 얼굴 볼 날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고^^ 설날엔 꼭 부산가^^;;
아이있는 새댁으로의 명절은 어땠어?
음악이 좋으네~ 밤에 혼자 들으면 뭔가에 젖어들기 딱 좋겠는데.^^
어멋~ 요전 댓글 달고 언니한테 댓글 달려고 창 열어놓고 볼일? 보고 오니 벌써 해가 저무네. 별 특별한 볼일도 아닌 집안의 소소한 일들에 아들 치닥거리인데..이럴 수가..이렇게 산답니다-_-;; 그 와중에 오늘 하늘 좀 봤는데 구름이 멋졌어요. 그래서 가슴이 잠깐 설레였는데, 넘 짧았다는 거-_-;;
참. 아이 있는 새댁으로서 맞은 명절은 여전히 어리벙, 하는 일도 없이 괜히 왔다갔다하는 며늘이었어요. 우린 큰아주버님이 전을 다 부치셔서 며눌들이 크게 할 일이 없다는 거..왕복이죠?ㅋㅋ
어제의 충격을 좀 추스리고 이 음악을 들으니 힘이 쭉 빠지네.
암튼 글도 잘 써요.
캬캬캬캬캬...넘 웃겨. 그러니까 왜 그랬어~~~ㅋㅋㅋㅋㅋ
난 직장도 안다니는데 월요일만 되면 월요병이 도진다. 때문에, 때문에, 아무래도 xx 때문에? ㅎㅎㅎ
근데 이 음악 진짜 이상한 것이, 듣고 또 들어도 처음 듣는듯한 느낌이 드네...
최면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