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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4 내 안에 헐크 있다 (15)


요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내가 낯설다.
먼 데 있어 정말 가끔씩만 안부와 이야기를 나누던 내 한 친구는
얼마 전 내게 이런 조언을 했다.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요즘 이 말을 절절히 실감하고 있다.

요즘 나는 믿음을 통째로 흔들린 사람처럼
모든 것이 낯설다. 동시에 모든 것이 새삼스레, 새롭다.
안과 밖, 나와 너, 이곳과 저기, 모든 것이 한데 섞여서 구분이 안된다.
힘들고, 괴롭고, 허기지고, 의심들고, 슬프고, 아프다.
이 무슨 격동의 여름인가.

이럴 줄은 상상하지 않았다. 아니 상상했다 쳐도 난 잘해낼 줄 알았다.
자만이었고, 오만이었지.
폭풍이 아직 밀려오지 않았는데도, 장마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도,
아직 볕이 쨍쨍한데도
뿌리 채 흔들린 나무처럼 휘청거리면서 비를 맞고 선 기분이다.
그게 뭐든 두렵고 겁난다. 믿음이 흔들린 삶은 그 자체가 지옥같다.

이 와중에 믿음 타령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무슨 종교단체 열혈교도처럼 보이고,
심신이 지친 가운데 물 밖으로 튀어나온 붕어처럼 할딱거리는 하루하루.
아, 정말 내 멜롱한 상태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ㅜ.ㅜ

요즘 나는 보돌이의 똥에 꽂혀 있다. 언제쯤 된똥을 쌀는지, 언제쯤 횟수 좀 줄여들는지,
그래서 벌개진 엉덩이는 언제 하얗게 회복될는지-_-
그야말로 씨줄과 날줄로 삶의 희노애락이 똥덩어리 하나에 오락가락하고 있는
아, 정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나날.
내 안에 헐크 있다(6개월 됐다. 배가 그렇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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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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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4 22:33

    우리 동우도 설사가 심해서 무척 곤란했었을 때가 있었지.
    어른과 달리 약도 가려야 하고 아플 때마다 무턱대고 먹이기도 어려운 상황.
    게다가 아이들은 설사를 하면 엉덩이 발진 때문에 새빨갛게 짖무르고 ㅜㅜ
    그래도 아이들은 그렇게 크더라. 언제나 우리 애들 때문에 조바심내고 노심초사하는 나에게 우리 엄마가 하시는 말
    "너도 그렇게 키웠어"
    우리 엄마가 나를 이렇게 건강하고 훌륭히 키워주신 것처럼 나도 우리 아들들 훌륭히 키울 수 있다.
    중간 중간 조바심나고 드물게는 걱정스런 일도 있겠지만 나도 잘해낼 수 있다... 그리 생각한다.
    물론 우리의 알로하도 마찬가지지.
    아이가 컨디션이 안좋을 수록 엄마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2. 2009/07/05 12:30

    뭐, 긴말이 필요 할까이.... 단 한 문장: "내 딸은 15살..!" 부럽지~롱... ㅋㅋ

  3. 2009/07/06 13:53

    지민이가 태어나고, 긴장마가 시작되고, 그 습한 공기가 훅~하고 들숨으로 들어오면
    가끔은 질식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고,자잘한 담소거리이고,아련한 향기가 되었다.
    그래서 시간은 참 대단해~^^
    (갑자기 이 피아노곡 악보 구하고 싶네ㅡ.ㅡ;;)

    • 2009/07/08 14:17

      그러게요. 난 나만 그런 줄 알았어요. 그게 더 힘들더라고요. 엄마들이 누구나 처음에는 다 나처럼 그걸 겪는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_- 암튼 어서 선배맘들과 추억을 나누고 싶은 후발주자 맘..-_-;; 그나저나 옛날 헐크 엔딩곡 좋죠? 제목이 론리맨...흑

  4. 2009/07/06 17:54

    한 남자와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한 남자와 결혼해서 같이 살게 되면서
    나도 내 안의 '헐크'를 만나게 되었지. 내 안에는 기껏해야 '먹구름' 정도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무지막지한 헐크가 살고 있었더라구. 좀처럼 존재를 드러
    내지 않던 헐크가 '신랑'이란 존재 앞에서는 적나라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는데,
    처음엔 당황스럽더니 나중엔 차라리 다행스럽더라구. 무엇이든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보게 되면 인정을 하게 되잖아. 그래. 내 안에 헐크 있었다. 쾅쾅쾅.
    언니 안에 어디 헐크만 있겠어. 언니가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성모마리아도
    있을 것이구 또 신사임당도 있겠지. 보돌이를 통해 하나씩 만나게 될 언니의 또
    다른 모습들과 '잘' 조우해 나가길 바래.
    나의 아킬레스건이 '남자'라면, 언니의 아킬레스건은 '아가'^^
    (옛날에 어디서 들은 것 같으다^^)
    조만간 남대문시장 만두 사 들고 한번 출동해야겠다~

    • 씨그널헌트 수정/삭제> 댓글주소
      2009/07/07 03:46

      알라가 하나둘 생기면 헐크가 아니라 트랜스포머가 된다는 사실... 오토봇이냐 디셉티콘이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ㅋㅋ

    • 2009/07/08 14:19

      그러게. 어떤 격동이든 걍 잘 겪어낼 줄 알았는데..내 자만에 내가 뻑 간건가봐ㅋㅋ 암튼 어서 마리아님이랑 사임당 좀 만났으면 싶으다-_-

  5. 2009/07/07 20:02

    얼굴에 난 손톱자국가지고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데
    설사에 짖무르기까지. 흑~ ㅠㅠ
    우짤끄나~ ;;;
    아기가 쫌만 거시기해도 정말이지
    어디선가 흔하게(?) 말하는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뭐든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고...
    에혀~ ^^;
    보돌군 뱃속 편해져서 얼른 예쁜 끙아로 바뀌길~

    • 2009/07/08 14:20

      오만가지 생각에 한표~!
      쭈는 잘 지내고 있지? 엉덩이 많이 나아졌어. 알다시피 하루하루가 다른 싸움인지라..어제는 잠과의 전쟁ㅋㅋ 암튼 초보맘들 홧팅!! 아가들도 홧팅 !!

  6. 2009/07/07 21:03

    너의 맘이 뼈속까지 느껴진다...ㅜㅜ
    선생님이 너에게 써준 <흔들림없이>가 떠오른다.
    친구라고 도움 되지도 못하고...
    그저 화이팅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구나.
    화이팅이다 내 친구.
    화이팅!!!

    • 2009/07/08 14:21

      그래. 나도 요즘 그 <흔들림없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렸다. 완전 쪽집게네! 조울증의 줄 위를 걷는 나날..암튼 믿음직한 친구들 덕에 내가 버틴다.

  7. 2009/07/09 00:09

    맘이 찌르르해서 몇일을 읽기만하고지나갔네..ㅜㅜ
    별말도 못하는 놈하나 옆에있긴한데 ...걍 있기만하네.
    그래도 내가믿는 울언니 곧기운차리고 이쁜보돌이 델고 나들이 하는날이 올꺼야
    그럼 그옆에 나 있어줄께~~아자!!

    • 2009/07/09 17:30

      네 덕에 우리 보돌이 좋은 이름 지었잖아. 여진 이모의 활약상은 꼭 우리 보돌군에게 말해주마^^ 암튼 열심히 살다가 곧 만나세!!! 여름 물놀이는 못해도 가을 단풍은 볼 수 있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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