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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4 잠시 가을 단풍에서 멈출게요 (18)


단풍이 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회사 일을 비웠고, 동생이 조퇴를 하며 시간을 맞춰 주었습니다.
다목리로 가는 길은 그리 가깝지 않으니, 세상에 태어난 지 넉 달 된 아기를 데리고 가려면
떠날 길에 이른 빛이 깔리는 게 좋을 듯했어요. 그리 해달라고 말도 안했는데, 친구들이 그리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넉 달 동안 못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를 친구들이 마치 24시간 대기조처럼 있다가
달려와 보듬어주었던 것 같아요. 다목리에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가 아기 기저귀를 갈고 있으면
마치 내 손처럼 움직여 꿍쳐 놓은 기저귀를 매번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는.
아,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가을 단풍이라기 보다 그 단풍처럼 발갛게 번지는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애정이 번지는 것이라면 아마도 그런 자태겠죠. 인간의 가슴에서 번져 나오는 그것은 단풍보다는
분명 붉고 곱습디다. 왜 전 그것이 그리웠을까요. 아무튼 그러니 뭐, 밖으로 나가 산천을 구경하며
만난 단풍은 보너스였고, 머리를 개워내는 듯 밝고 투명하게 떨어지는 풍광은 서비스였습니다.




이제 저 단풍도 눈 깜짝 할 사이에 소리없이 허공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그러면 곧 겨울이겠죠. 솔직히 두렵습니다.
남모르게 변하고 있는 자연처럼 세상도 친구들도 변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친구들을 보는 일은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아프게 알아가고 있는 많은 것들이 눈을 비워낸 물고기처럼 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찰리 헤이든이 콘트라베이스를 끌어 안고 연주하는 저 사진만 보면 이상하게 저는
정신이 차려집니다. 예전엔 저 콘트라베이스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늙은 찰리가 더벅머리 팻과 연주하고 있는 사진도 그래요. 역시 예전엔 사진만 보고도 그들을 질투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연주가 듣고 싶으면 밑의 플레이어를 클릭.  곡을 들었을 때, 참나원. 뇌도 심장도 물이 되어
허공에 스며드는 느낌에 한동안 멍했습니다. 도대체 이런 곡을 만들고 연주해내는 인간은 어떤 인간들일까?
그들의 가슴에 번지고 있었을 그 무엇을 경외하거나 질투하며 저는 조금 자랐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죠. 
하지만 과연 아닐지,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 곡은 찰리 헤이든과 팻 매스니의 앨범 <
Beyond the Missouri Sky>
수록되어 있는 '
Spiritual'입니다. 몇 년 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가 소설을 쓰는 내내
이 곡을 들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더랬습니다. 아무래도 불패형님께 다시 한번 사랑을 받으리라 의심치 않는
곡입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죽기 전에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날이 올는가 모르겠네요. 아무튼

조금 생각할 것도 있고, 할 일도 있고 해서 당분간 포스팅은 하지 않을 게요. 
잠시 딴 데서 놀다 오겠습니다. 제가 강박증이 좀 있는 인간인지라 똑같은 포스팅 암말 없이 몇 달씩 걸어놓는 짓?
잘 못해요. 아무튼 그때까지 잠시, 안부 정도는 묻어 놓아도 상관 없겠지요^^
그럼 이만 총총.

 




  
Posted by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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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4 14:11

    오랜만에 기름기 쫙 뺀 닭가슴살 정이씨 글을 보니,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네요.
    저 콘트라베이스 연주하는 사진 멋진데요.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만.

    • 2009/11/05 02:02

      그동안 기름기가 문제였군요-_-;;;;
      한번 그려봐요. 저 사진보다 그 그림을 더 사랑하게 될지도^^;;;;

  2. 2009/10/14 18:27

    등빨 찬연한 사진 속 뒷짐 진 여인이 젤 인상적이네...ㅋㅋㅋㅋ
    니 포스팅 보는 재미가 쏠쏠 했는데 오래 비우진 마.

    • 2009/11/05 02:02

      작업 좀 하려고^^ 블로그가 업데이트 안하면 민망하고 신경 쓰기에는 시간이 넘 없고 해서...이게 다 사서 고생ㅋㅋㅋ

  3. 2009/10/14 18:38

    그리고 팻메쓰니의 기타는 역시 특유의 쫙쫙 붙는 묘미가 일품이야.
    개인적으로 게리무어의 기타가 전경, 배경 옽통 다 슬프게 우는 스타일이라면
    팻은 배경은 너무도 산뜻한데 전경만 다소곳이 슬픈 분위기를 살짝 연출하는 편인거 같다는 소감이...

  4. 2009/10/15 00:52

    "기름기 쫙 뺀" 보돌맘의 글에는 이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군....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친구란 말보다 행동으로 우정의 깊이를 느낄수 있는 것인데
    보돌만은 그런 친구들이 많은것 같으이... 부럽군...
    조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소한 일들이 부럽다.
    이렇게 찾아온 가을과 함께 다시 향수병이 도지는가...
    언제나 음악 선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EXCELLENTE...!!!
    지민아빠, 이건 영어가 아니고 스페인어 랍니다... ㅋㅋ
    발음하면 '엑셀렌떼!" .... 영어보다 느낌이 더 강해서 이말 쓸때는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사용 합니다....
    오늘 보돌맘의 글과 음악은 "엑쎌렌떼...!!!"
    너무 오래 밖에 있지는 말고 얼릉 돌아 오삼..! 기둘리는 팬들도 생각을 해 줘야쥐~~ :)

    • 2009/11/05 02:05

      제게도 팬?이 있었군요. 이런 감읍이..ㅠㅠ
      책이라는 걸 가져보려고요. 책이라는 게 제게 생기면 그때 정말 팬 되어 주세요 ㅎㅎㅎ

  5. 2009/10/15 13:24

    아프게 알아 가는 것들은 그만큼 크고 깊고 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건 백신없나?@.@ 살짝만 앓고 가도 좋으련만, 주사는 면허가 없어 안되고
    따듯한 담요 한장 내 들고 있음세.^^;;

  6. 2009/10/19 12:19

    주연이 안고 있는 언니 얼굴에 엄마냄새가 피어오릅니다.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올해로 객지생활 10년을 채워가고 있는 가을의 저도 어릴적엔 그렇게 엄마 품에서 마음을 놓았겠지요.
    모쪼록 건강하시고요. 설레여하며 기다릴께요. 어서 다녀오세요. ^^//

    ps. 음악은 마음이 울렁여 차마 다 못듣고 갑니다.

  7. 2009/10/22 08:50

    단풍에서 잠시 멈춘다고 했는데. 왜 매일 아침 들러지는지 모르겠어요 ^^
    요즘 이어폰도 망가지고 음악도 못 듣는데 ^^;;

  8. 2009/10/22 16:59

    오오랜만에 언니들 만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흐어엉~ㅋㅋ
    겨울이 오기전에 꼭 다시 뵙기를!! ^^
    좀 더 날씬해져서 말이죠!! 아싸!!

    • 2009/11/05 02:12

      정말 주희 대단한 것 같아. 정말 꾸준히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잖아. 그런 말 괜히 있는 게 아니거든. 아무튼 이제까지 꾸준히 하는 그 모습이 정말 예쁘다. 결과랑 상관없이 자기 속에 있는 어떤 대단한 면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기를 바래^^ 그리고 그것이 주희를 원하는 바대로 만들고야 말거라고 믿어^^ 홧팅!!

  9. 2009/10/30 06:58

    한 2 주 정도 나가 있으면 바람 충분히 쐬지 않았을 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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